2주 전, 우리 회사는 38세의 유능한 엔지니어를 권고사직 시켰습니다. 성격이 워낙 호탕했던 그는 해고 소식을 듣자마자 단체 채팅방을 나가버리더군요. 태도가 너무 쿨해서 다들 놀랐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기업과 협업 중이던 프로젝트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다급해진 사장님이 직접 몸을 낮춰 돌아와 달라고, 복직까지 제안하며 매달렸죠. 하지만 이 엔지니어는 사장님을 바로 차단해버렸습니다. 사장님이 다른 직원들을 시켜 연락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죠. 누구도 그와 닿을 수 없었습니다.
회사 내부는 난리가 났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좀 너무한 거 아니냐, 도움 좀 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돌았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행무팀에서 CCTV를 확인하다가 소름 돋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장 대리(가명)’는 퇴사 한 달 전부터 파쇄기로 코드 초안을 처리하고 있었어요. 그냥 종이가 아니라, 핵심 알고리즘을 감열지에 적어두고 퇴근할 때 파쇄기에 넣었던 겁니다. 다음 날이면 백지가 되어버리니 복구는커녕 퍼즐 맞추기도 불가능하죠. 하드디스크 포맷보다 더 철저한 파괴였습니다.
사장님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을 때, 운영팀 직원이 몰래 영상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해고 사흘 전, 장 대리가 모든 서류를 파쇄기에 밀어 넣으며 카메라를 향해 ‘브이(V)’자를 그리더군요. 그는 이미 회사의 모든 수를 읽고 있었던 겁니다.
진짜 소름 끼치는 건 노동위원회 현장이었습니다. 장 대리가 꺼낸 건 평범한 초과근무 기록이 아니라, 2년 치 생체 센서 데이터였습니다. 사비로 산 스마트 워치 데이터였는데, 매일 16시에서 18시 사이 심박수가 폭발적으로 치솟아 ‘고압 상태’임을 보여줬죠. 바로 사장님이 빼놓지 않고 열던 ‘브레인스토밍’ 회의 시간이었습니다. 중재위원은 즉각 불법 고용을 인정했고, 배상금은 대만 돈으로 500~800만 달러(한화 약 2~3.5억 원)에 달했습니다. 타이베이 아파트 계약금 수준이었죠.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더 큰 폭로가 터졌습니다. 누군가 장 대리의 10년 전 깃허브(GitHub) 저장소를 찾아냈는데, 퇴사 15일 만에 새로운 지능형 스케줄링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된 겁니다. 현재 경쟁사 홈페이지에는 ‘특급 아키텍트’라는 이름으로 그의 홍보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게임 캐릭터처럼 선글라스를 낀 채 말이죠.
압권은 서버에 남긴 고별 편지였습니다. 클릭하면 실행되는 자동 프로그램이었는데, 24시간마다 데이터베이스를 1GB씩 삭제하며 이런 팝업을 띄웁니다. “사장님이 직접 쳐내신 기술 자산들, 제가 깔끔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CTO가 급하게 서버 전원을 뽑았지만, 그 바람에 예비 전원 시스템까지 타버렸습니다.
탕비실 아주머니조차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야, 다 계획이 있었던 거지.” 그의 서랍에는 강제 야근이 이어지던 달에 제조된 수면 유도제 반 통이 남아 있었고, 텀블러 밑바닥에는 퇴사일까지 남은 날짜가 카운트다운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를 무정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메일 기록들을 봐야 합니다. 작년 직원 여행 때 기술 컨퍼런스를 제안하자 사장님은 “그냥 농장 가서 친목이나 다지자”고 답했고, 정품 개발 소프트웨어를 요청하자 재무팀은 “일단 불법 복제판으로 써보고 효과를 보자”고 했습니다. 심지어 딸이 입원해 연차를 낼 때도 인사팀은 “원격으로 장애 처리 가능하냐”고 캐물었죠.
고수의 복수는 차원이 다릅니다. 장 대리는 핵심 알고리즘을 들고 ‘갑(甲方)’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전 직장이 계약을 유지하려면 이제 그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죠. 지난주 입찰 현장에서 그는 고객사 사원증을 목에 걸고 전 직장의 제안서를 책상에 내팽개쳤습니다. “깃(Git)도 쓸 줄 모르는 팀이 무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입니까?”
지금 전 직원은 집단 PTSD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입 엔지니어들은 사장님의 회의 소리를 차단하려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끼고 일하고, 기획자들은 기획안을 짜기 전에 저작권법부터 공부합니다. 프런트 직원은 택배를 받을 때도 증거 사진을 남기죠. 장 대리의 빈자리에는 ‘지뢰 매설 구역, 접근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었습니다.
결국, 과민 반응 같은 건 없었습니다. 참다 참다 폭발한 것뿐이죠. 장 대리는 새 회사에서 첫 달 만에 6개의 특허를 신청했는데, 발명자 칸을 비워뒀다고 합니다. 헤드헌터들 말로는 전 동료들을 위한 자리라더군요. 이직만 하면 바로 이름을 올려주겠다는 거죠. 진짜 무서운 사람은 복수마저 ‘올리브 가지(화해의 제스처)’를 들고 하는 법입니다.
